바다 밑에서 솟아오르는 숨은 힘, 해저 화산활동
해저 화산활동이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에 미치는 영향
우리가 “지구의 온실가스” “이산화탄소(CO₂) 농도”라고 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보통 자동차, 공장, 그리고 화산 폭발과 같은 지상 활동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바다 깊은 곳에서 매일 일어나는 해저 화산활동이
지구 대기와 기후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 해저에는 얼마나 많은 화산이 있을까?
지구 전체 화산의 80% 이상은 바다 밑, 심해저에 있습니다.
해양 중앙해령(Mid-Ocean Ridge)만 해도 그 길이가 약 6만km에 이르며,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하게 마그마가 분출되고 판이 움직이는 곳입니다.
이런 해령과 환태평양 조산대, 화산섬 호 등에는 수없이 많은 해저 화산이 분포해 있죠.
연구자들은 매년 해저 화산에서 약 3~4km³의 마그마가 새로 분출되고 있다고 추산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수증기 등 다양한 화산가스가 바닷물 속으로 녹아듭니다.
2. 해저 화산이 분출하는 가스는 어디로 가나?
해저 화산에서 분출된 가스의 상당수는 일단 바닷물에 흡수됩니다.
특히 고온의 열수 분출구(Hydrothermal Vent) 주변에서는
뜨거운 마그마와 화산가스가 섞여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해양 심층수로 퍼져 나갑니다.
- 해수의 용해도와 순환 패턴에 따라,
이산화탄소의 일부는 해수에 남아 있다가,
해류의 대순환(예: 북대서양 심층수 형성) 과정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대기 중으로 다시 방출됩니다. - 또한, 해저에서 기포 형태로 발생한 가스 중 일부는
수면까지 도달해 바로 대기 중으로 유입되기도 합니다.
특히 해저화산 분출이 강력할 경우,
“수중 분출구 근처에서 물이 끓는 것처럼 거품이 올라오는 현상”이 위성 이미지로 관측되기도 합니다.
3.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해저 화산에서 나오고 있을까?
지상과 해저 화산을 합치면
- 연간 총 0.1~0.3기가톤(Gt)의 이산화탄소가 지구 내부에서 자연적으로 방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워 내놓는 연간 약 36기가톤에 비해 아주 적은 양입니다.)
하지만 지질시대라는 긴 시간 척도로 보면,
- 해저 화산의 꾸준한 이산화탄소 방출이 지구 대기 중 CO₂ 농도를
천천히, 그러나 끈질기게 높여왔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과거 대멸종 시기(예: 페름기, 백악기 등)에는
- 해저 및 지상에서 대규모 화산활동이 일어나
지구 대기의 CO₂ 농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이것이 기후 온난화, 해양 산성화, 생물 대멸종의 도미노로 이어졌다는 과학적 증거가 남아 있습니다.
4. 해저 화산이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해저 화산의 이산화탄소 방출은
- 단기적으로는 해양 내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며,
- 수십만~수백만 년 단위로는 기후의 장기 조절자(long-term climate regulator) 역할을 합니다.
또한, 해저 화산활동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 대기 CO₂ 농도가 급상승하여 전지구적인 기후 변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최근에는 일부 연구에서, 해저 대규모 분출이
엘니뇨(El Niño), 라니냐(La Niña) 같은 대기-해양 상호작용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5. 인간의 배출과 해저 화산의 역할—어떤 차이가 있을까?
현대의 기후위기는 거의 전적으로 인간 활동(화석연료 사용, 삼림파괴 등)에 기인합니다.
해저 화산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인류 배출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해저 화산, 대륙 화산, 해양 생물의 광합성, 암석 풍화 등
여러 자연 메커니즘의 균형으로 조절되어 왔습니다. - 만약 인류가 자연의 조절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CO₂를 배출할 경우,
그 여파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6. 최신 연구와 앞으로의 과제
- 위성 관측, 심해 탐사, 수중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대기 중 CO₂ 농도의 미세한 변동과 해저 화산활동의 상관관계를 정밀하게 밝히는 것이
현재 지구과학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 미래에는 해저 화산 분출 모니터링과 대기 CO₂ 변화 예측을 통합한
기후 리스크 분석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전망입니다.
결론
바다 밑,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분출되는 해저 화산.
이들의 꾸준한 “숨”이
지구의 대기와 기후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변화시켜왔음을 우리는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짧게 보면 인간의 영향력이 크지만,
길게 보면 지구 시스템 전체—그 중에서도 해저 화산의 역할—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바다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마그마와 가스,
그리고 그것이 우리 하늘의 CO₂ 농도와 기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앞으로도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