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름기 대멸종과 지구 자기장 변화의 미스터리
2억 5천만 년 전, 지구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재앙이 닥쳤습니다.
페름기 대멸종(End-Permian Mass Extinction)—지구의 바다와 육지를 가득 메웠던 생명체의 90% 이상이 사라지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뿐인 “대멸종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죠.
이 사건의 원인은 오랜 세월 동안 수수께끼였습니다.
시베리아 트랩 대화산 폭발, 온실가스 증가, 해수 산성화, 산소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제시되지만,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여기에 한 가지 더,
지구 자기장(geomagnetic field)의 ‘이상 변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흥미로운 단서를 포착했습니다.
자기장이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방패’의 과학
지구의 자기장은 우리가 느낄 수 없지만, 모든 생명에게 필수적인 ‘보이지 않는 보호막’입니다.
액체 철과 니켈로 이루어진 지구의 핵이 회전하며 거대한 자석처럼 자기장을 만들고, 이 자기장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치명적인 방사선과 입자, 즉 태양풍으로부터 지구 표면을 지킵니다.
- 자기장 덕분에 오존층이 유지되고, 생명체의 DNA는 안전하게 보호받습니다.
-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는 것도 바로 이 자기장 덕분이죠.
그런데, 자기장은 완전히 고정된 힘이 아닙니다.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 주기로 점점 약해지거나, 극이 완전히 뒤바뀌는 ‘자기장 역전(geodynamo reversal)’ 현상이 일어나곤 합니다.
페름기 대멸종—그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약 2억 5천만 년 전, 시베리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스케일의 화산 폭발이 수십만 년간 이어졌습니다.
지구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용암,
바다와 하늘을 뿌옇게 덮은 화산재,
그리고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온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
이러한 지질학적 충격에 더해,
지구 자기장이 이례적으로 약화되거나 불안정해지면서,
지구 표면은 한층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었다는 가설이 등장했습니다.
자기장 변화—지구 생명의 새로운 위기
자기장이 약해지면, 대기 중 오존층이 얇아지고, 태양에서 날아드는 자외선(UV)과 우주 방사선이 지구 표면에 더 쉽게 도달하게 됩니다. 그 결과,
- 해양 표면의 플랑크톤, 산호초 등 기초 생물부터
- 육상 동물, 대형 식물까지 광범위하게 DNA 손상, 세포 변이, 집단 폐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페름기 말, 바다 생물의 96%, 육상 척추동물의 70%가 사라졌고, 해양 생태계의 근간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이 밝히는 대멸종과 자기장 변화의 연결고리
지질학자들은 고대 퇴적암, 화산암, 심해 퇴적층에서 미세한 자기 기록(“암석 자기 이력, paleomagnetism”)과 동시에 나타난 대규모 멸종 패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페름기 말, 자기장이 비정상적으로 약해지거나 심지어 역전 현상이 반복된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 이 시기 지구는 ‘방패 없는 행성’으로 변해, 태양과 우주에서 쏟아진 치명적인 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오존층 파괴로 하늘이 더 푸르게 보였다는 상상력 넘치는 과학자도 있을 정도입니다.
만약 오늘날 자기장에 변화가 생긴다면?
최근에도 자기장 역전, 약화 현상은 ‘남대서양 자기 이상(South Atlantic Anomaly)’ 등 특정 지역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인공위성이 오류를 일으키거나, 전자기기가 고장 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합니다.
- 자기장이 더 약해진다면?
현대 문명, 첨단 기술, 심지어 인간 건강까지도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 과거의 대멸종은 지구의 미래와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과학적 상상과 미래
일부 연구자는 대멸종의 원인을 “지구의 숨겨진 주사위”라고 말합니다.
즉, 복수의 요인—화산, 온실가스, 해수 산성화, 자기장 변화—가 동시에 겹치며 지구 환경이 돌이킬 수 없이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것이죠.
또 어떤 과학자는 “만약 자기장이 약해졌던 그 시대에, 오늘날의 인류가 타임머신을 타고 도착한다면, 바로 몇 분 만에 치명적 자외선과 방사선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결론
페름기 대멸종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지구 자기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상의 ‘안정성’이 사실은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강렬한 역사적 메시지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하늘을 바라보며 ‘지구 자기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방패에 감사하는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